골때리는 리뷰/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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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다를 수 없는 나라>, 크리스토프 바타이유(1993)골때리는 리뷰/장편소설 2020. 6. 14. 04:00
작가 소개: 스물한 살에 발표한 첫 작품 『다다를 수 없는 나라』로 “카뮈의 『이방인』 이후 최고의 처녀작”이란 찬사를 받으며 처녀작 상과 되마고 상을 수상했다. 프랑스의 명문 경영학 학교인 HEC를 졸업했으나, 근원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욕망에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994년 군복무중에 쓴 소설 『압생트』를 발표하여 보카시옹 상을 수상했고, 이후 『시간의 지배자』『지옥 만세』『나는 바보들을 칭찬해주고 싶다』 등을 발표하며 프랑스 본격문학을 이끌어갈 차세대 주자로서 놀라운 상상력과 천재성을 인정받았다. 1995년부터 그라세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죽음은 흔한 것이지만 고독은 그렇게 흔한 것이 아니었다. 저번에는 로 에세이를 쓴 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가 더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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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아고타 크리스토프(1986-1991)골때리는 리뷰/장편소설 2020. 6. 12. 04:30
이야기와 거짓에 대한 진실 국경지대에 할머니와 살고 있는 어린 쌍둥이 형제가 있다. 전쟁으로 부모를 모두 잃고 마을에서도 괴물 취급을 받으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온갖 악행도 마다하지 않으며, 자신들을 단련하기 위해 서로를 때리고, 욕하고, 감정을 지우는 훈련을 한다. 그들을 지탱하는 것은 그들의 일기가 담긴 커다란 비밀 노트.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들은 국경을 넘어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루카스와 클라우스라는 쌍둥이의 가족사를 통해 전쟁을 조망하고 있으며, 독자는 그들의 정신착란적인 구성에 함께 호흡하는 것도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무의식적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던 독자는 어느 순간부터 쌍둥이 형제의 혼란에 휘말리게 된다. 또한 모순과 만나며 그동안 읽어왔던 모든 부분에 대해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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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꽃>, 김영하(2012)골때리는 리뷰/장편소설 2020. 6. 10. 05:00
을 읽었다면 김영하의 4분의 1은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이 말은 김영하가 많은 소설을 썼다는 뜻일 수도 있고, 이란 작품 자체가 김영하의 문학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일단 나는 후자 쪽에 더 의미를 두고 있다. 평소 읽었던 김영하의 소설은 하나의 단편적인 영화처럼 가볍지만 날카로운 느낌이었다면, 검은 꽃은 책 두께만큼이나 두껍고 단단한 바위 하나를 보는 느낌이었다. “파도가 배의 옆구리를 밀어젖힐 때마다, 조선인들은 예의와 범절, 삼강과 오륜을 잊고 서로 엉켜 버렸다. 남자와 여자가, 양반과 천민이 한쪽 구석으로 밀려가 서로의 몸을 맞대고 민망한 장면을 연출하는 일이 계속되었다.” 조국에 실망한 사람들은 영국 증기선인 일포드 호를 타고 멕시코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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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의 그림자>, 황정은(2010)골때리는 리뷰/장편소설 2020. 6. 1. 04:00
소설을 다 읽고 난 후 든 생각은, “빽빽하다”였다. 물론 빈 공백을 의도하고 적혀진 문장과 단락, 소설이었겠지만 나는 그렇게 느꼈다. 공간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영혼이 채워지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빽빽하다. 라는 말의 이미지 사전을 만든다면 아마도 그런 광경일 것이 틀림없었다. 그야말로 빽빽하다. 라고 생각한 뒤엔 아무런 말도 떠올릴 수 없을 만큼 눈앞이 빽빽했다. -백의 그림자, p.102- 는 가~마의 다섯 개의 동으로 나뉜 철거 직전의 전자상가를 배경으로 한다. 위의 인용구처럼 많은 사람들이 1~2평 남짓한 공간에 가게를 열어 살아가고 있다. 은교와 무재 역시 각각 전자상가에 있는 가게의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들은 처음엔 비즈니스적으로 잘 아는 사이였고, 시간이 지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