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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아고타 크리스토프(1986-1991)
    골때리는 리뷰/장편소설 2020. 6. 12. 04:30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아고타 크리스토프

     이야기와 거짓에 대한 진실

     국경지대에 할머니와 살고 있는 어린 쌍둥이 형제가 있다. 전쟁으로 부모를 모두 잃고 마을에서도 괴물 취급을 받으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온갖 악행도 마다하지 않으며, 자신들을 단련하기 위해 서로를 때리고, 욕하고, 감정을 지우는 훈련을 한다. 그들을 지탱하는 것은 그들의 일기가 담긴 커다란 비밀 노트.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들은 국경을 넘어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루카스와 클라우스라는 쌍둥이의 가족사를 통해 전쟁을 조망하고 있으며, 독자는 그들의 정신착란적인 구성에 함께 호흡하는 것도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무의식적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던 독자는 어느 순간부터 쌍둥이 형제의 혼란에 휘말리게 된다. 또한 모순과 만나며 그동안 읽어왔던 모든 부분에 대해 확신을 잃게 된다.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말한다. “쓰는 행위를 정신분석과 같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하나의 작품을 완성했을 때 거기에 행복이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것은 하나의 속임수이다. 쓰면 쓸수록 병은 더 깊어진다. 쓴다는 것은 자살적인 행위다.” 사실 1부와 2부가 루카스에 의해 쓰여진 픽션이라는 점은 소설을 읽는 데에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독자로 하여금 루카스를 공감하게 한다. 상실과 결핍, 고독에 둘러싸인 루카스의 삶의 무게를 더욱 가중시키는 역할을 한다.

     

     사실만을 기록해야 한다는 꼬마들의 비밀노트인 상권은 전쟁 중인 그들 조그만 마을의 사실 아닌 사실들만을 아주 담담하게 그려낸다. 어느 구석에도 전쟁의 참담함에 대해서 아파하거나 감상적인 느낌을 표출하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 그들이 보고 들은 사실들만 기록하기 때문이고 이에 대한 그들의 대응도 냉정하다. 전쟁의 암담함과 참담함 그리고 사람들의 어긋난 욕망들을 목격하면서 스스로를 단련하는 과정을 민첩한 문체로 서술해 나가는 것에서 작가가 느껴지기도 했다.

    중권인 타인의 증거는 쌍둥이 동생인 루카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끌어 간다. 빅토르라는 서점 주인의 책을 쓰는 이유가 나오는데, 그 부분이 꽤나 인상적이다. 나로 하여금 내가 존재하고 있고 그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고, 내 흔적을 남기기 위해 내가 하는 노력에 대한 그 이유에 대해서 잘 설명해 주고 있었다.

     

    모든 인간은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걸, 그 외엔 아무 것도 없다는 걸. 독창적인 책이건, 보잘것없는 책이건, 그야 무슨 상관이 있나. 하지만 아무 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잊혀질 걸세. 그런 사람은 이 세상을 흔적도 없이 스쳐지나갈 뿐이네.”

     

     책은 상당히 충격적인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으니 유의할 것. 하지만 이 책은 존재라는 의미에 대해서 질문을 했고, 나는 그 답을 찾아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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