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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다다를 수 없는 나라>, 크리스토프 바타이유(1993)
    골때리는 리뷰/장편소설 2020. 6. 14. 04:00

    <다다를 수 없는 나라>,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작가 소개:  스물한 살에 발표한 첫 작품 『다다를 수 없는 나라』로 “카뮈의 『이방인』 이후 최고의 처녀작”이란 찬사를 받으며 처녀작 상과 되마고 상을 수상했다. 프랑스의 명문 경영학 학교인 HEC를 졸업했으나, 근원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욕망에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994년 군복무중에 쓴 소설 『압생트』를 발표하여 보카시옹 상을 수상했고, 이후 『시간의 지배자』『지옥 만세』『나는 바보들을 칭찬해주고 싶다』 등을 발표하며 프랑스 본격문학을 이끌어갈 차세대 주자로서 놀라운 상상력과 천재성을 인정받았다. 1995년부터 그라세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죽음은 흔한 것이지만 고독은 그렇게 흔한 것이 아니었다.

     

     저번에는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로 에세이를 쓴 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다다를 수 없는 나라>가 더 좋았던 것 같다. 두 작품 모두 단문이었고, 읽기에는 그다지 어려움이 없는 소설들이었다. 그러나 <다다를 수 없는 나라>는 짧은 문장 속에 심연이 존재하는 것처럼 읽는 동안 상당한 여운이 느껴졌던 것 같다. 또한 책을 아무데나 펼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문장 하나하나가 시를 읽듯 아름다웠다.

     

     추악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 소설의 저자 크리스토프 바타이유는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소설을 쓰는 유일한 이유, 그것은 세계가 추악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현실과 싸우기보다, 언어의 아름다움으로 세계를 변화시킨다.” 칼보다 펜을 무기로 잡는 작가는 아무래도 세계와의 균형을 맞추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전쟁, 그러니까 칼과 총, 질병과 피로 점철된 추악한 세계가 있다면 언어적 아름다움이 살아있는 세계도 있지 않을까. 이 대비된 두 세계는 일정한 경계가 나눠져 있지 않고, 공존한다. 얼핏 보면 한 세계가 다른 한 세계로 편중된 힘을 분산시키는 이중 구조인 듯하다.

     

     그러나 <다다를 수 없는 나라>를 읽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추악함의 끝이 아름다움이고, 아름다움의 끝이 추악함인 것이 아니었다. 두 단어는 서로 반대 선상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지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소설 속에서 반복되는 죽음에 가려 삶은 보이지 않고 죽음은 더 부각된다. 베르사유 궁전에서 베트남의 황제, 칸의 죽음이 있었고, 도미니크와 카트린의 죽음이 있었다.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자 조국은 도미니크와 카트린을 잊었고, 선교사인 그들 역시 신을 잊었다. 이것을 망각이라고 하겠다. 결국 망각은 이 연쇄적인 죽음의 여정의 목적이었던 것이다.

     

     책을 읽으며 신은 주사위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세상 만물에는 반드시 법칙이 존재하고, 거스를 수는 없다. 나는 이 법칙에 신 역시 손 댈 수 없다고 받아들였다. 신이 있다고 가정하자. 신이 창조해낸 세계의 법칙을 신 역시 손 댈 수 없다면 신 역시 만물 법칙에 속한 한 부분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신 역시 죽음을 경험할 것이고, 망각할 것이다. 신 역시 도미니크와 카트린은 물론, 자신을 추종하고 숭배하는 자들의 존재 자체 역시 망각할 것이다. 세계를 부정하진 않는다. 그저 망각할 뿐이다.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다시 기억하고, 또 기억 너머에 덮어두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인간이 경험한 죽음의 순간은 근원을 찾아가는 열쇠가 되어간다. 도미니크와 카트린 역시 처음에는 신앙심에 가득 차 하느님을 향한 여정을 떠났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에게서 잊혀지고 그들 스스로도 자신의 정체를 잊은 순간, ‘속이 빈 조가비에 남아있던 근원을 찾아낸다. 그 어떠한 불순물도 섞여 있지 않은 근원. 그들은 여행 중에 그들을 한 데 모아주던 신앙심 역시 근원으로 향하는 데에 방해가 된다는 듯 잊어버린다. 자유로워진다. 그들에게 신은 사라져버린다.

     

     

     


     부득이하게 Yes24(http://www.yes24.com/Product/Goods/2164577?scode=032&OzSrank=1)에서 이미지를 가져왔습니다;; 그 점 양해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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