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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달려라, 토끼>, 존 업다이크(1960) "도시의 완벽한 묘사"
    골때리는 리뷰/장편소설 2020. 5. 30. 04:00

    <달려라, 토끼>, 존 업다이크

     

     래빗은 계속 걸어 자동차 정비소와 사용되지 않는 양계장을 지난다. 그가 전진하는 방향은 늘 아래쪽이다. 마운트저지는 저지 산의 동쪽 비탈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산의 서쪽면은 마운트저지보다 훨씬 큰 도시 브루어를 굽어보고 있다. 남쪽에서 산을 에둘러 80킬로미터 떨어진 필라델피아까지 이어지는 간선 도로를 따라가면 마운트저지와 브루어를 둘 다 만나게 되지만 이 둘이 합쳐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그 둘 사이로 산이 남북 3킬로미터 길이의 널찍한 녹색 등뼈를 들어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산은 자갈 채취장과 공동묘지와 신개발지구의 공격을 받았지만 어느 선 위로는 보존이 되어, 마운트저지의 남자아이들도 이 수백 에이커의 숲을 절대로 속속들이 완벽하게 탐험하지는 못한다. 경치 좋은 드라이브길을 2단 기어로 오르는 자동차 소리가 그 숲의 깊은 곳까지 파고들기는 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진 기다란 소나무 조림지 안에 들어서면, 죽은 녹색의 끝없는 동굴들 속에서 솔잎이 소리를 삼키는 땅바닥이 위로, 계속 위로 비탈을 이루며 올라가, 마치 정적을 통과하여 더 무서운 어떤 것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다가 나뭇가지들이 미처 막아내지 못한 햇빛 한 조각을 만나거나, 수백 년 전 어떤 용감한 괴물 같은 정착민이 파놓은, 돌이 가득한 땅광을 만나면 정말 겁이 난다는 것이 무엇인지 실감하게 된다. 그런 다른 생명체의 흔적 때문에 새삼 나 자신을 의식하게 되면 나무들의 위협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다. 공포는 끌 수 없는 자명종처럼 몸을 떨어댄다. 등을 구부리고 빨리 달릴수록 소리는 더 커진다. 마침내 클러치가 헐떡거리는 소리와 더불어 차가 기어를 바꾸는 소리가 근처에서 또렷하게 들리고, 소나무 줄기들 뒤로 가드레일이 나타난다. 그러면 단단한 아스팔트 위에 올라서서 안도감을 느끼며, 다시 집으로 걸어 내려갈지 아니면 피너클 호텔까지 내처 올라가 캔디바를 먹으며 양탄자처럼 아래에 펼쳐진 빨간 도시 브루어를 구경할지 결정할 수 있다. 브루어는 나무, 함석, 심지어 빨간 벽돌까지 빨갛게 칠해놓았다. 주황색 장미 화분도 빨갛게 칠해놓았다. 이 빨강은 세상 다른 어떤 도시의 색깔과도 다르지만, 그럼에도 이 카운티에 사는 아이들에게는 도시 하면 떠오르는 유일한 색깔, 모든 도시의 색깔이다.

     (달려라, 토끼 p.29에서 부분 발췌)

     


     비록 한 단락이 묘사로 점철되어 있지만, 이는 단연코 작품의 배경인 도시를 완벽하게 재현해낸 문장들이다. 도시의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가! 하지만 "클러치가 헐떡거리는" 생기만 느껴진다면 이 묘사는 실패했다. 이 묘사에는 "빨갛게" 엄습해오는 질식, "나무들"이 가하는 위협이 숨어있다. 만약 소설을 창작하고 싶다면 이 묘사를 깊게 들여다 보라! 아, 어쩜 이렇게 완벽하고 이중적인 문장들을 쓸 수 있을까!

     

     

    Written by.

    해링본 골드셔츠 (이하 해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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