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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밀리에게 장미를>, 윌리엄 포크너(1930)골때리는 리뷰/중,단편소설 2020. 5. 24. 04:00
에밀리의 삶은 광기 그 자체다.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을 보는 듯 기이한 분위기가 안개처럼 내려앉고, 문장과 문장 사이에 비소가 뿌려진 듯하다. 단지 “우리”라는 화자에 의해 이러한 요소들이 가려져있을 뿐이다.
“홀로 남겨진데다 극빈자”인 그녀는 결국 호머를 살해한다. “한때는 포옹의 자세로 누워있었”다는 시신의 묘사는 네크로필리아(necrophilia. 시체를 사랑하는 이상성욕)를 떠올리게 한다. “해골의 의미심장한 싱긋 미소”와 마주한 순간, “우리”는 에밀리를 방문했던 목사가 어째서 “두 번 다시 그녀를 방문하기를” 거절했는지 알아차리게 된다. 동시에 에밀리의 이 그로테스크한 삶과 버려지지 않았다는 에밀리의 자존심이 해골의 입에서 흘러나와 악취가 되어 퍼져나간다. 몰락한 집에 고립된 에밀리는 시체에 장미를 바치는 것으로 이 광기를 잠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잔혹한 이야기다. 이 시대착오적이고, 어떤 부분에서는 혐오적이기까지 한 작품에 동정심이 든다는 것이 섬뜩하다.
필자는 해골이므로, 네크로맨틱한 이 작품에 연민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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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링본 골드셔츠, 이하 해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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