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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 클라이버 바커(1984)
    골때리는 리뷰/중,단편소설 2020. 5. 21. 04:00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포스터.

     

     “사악한 것은 보지도 말라. 사악한 것은 듣지도 말라. 사악한 것은 말하지도 말라는 말은 사악한 것을 보고 듣고 말하고, 느껴라라는 뜻이다. 다만 그에 대한 전제 조건은 결코 이해하지 마라라는 것이다. 광기란 그렇다. 일개 인간이 받아들일 수 없다.

     필자는 매순간 멸망과 파괴와 광기에 대해 생각한다. 내일 좀비 아포칼립스 시대가 도래한다면 어디서 숨어 지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한다. 운석이 떨어지기 전에 어떤 별로 이동해야 할지 생각한다. 이제는 한밤의 인육 열차에 타게 된 순간에 대해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왜 하필 이 시대에 이런 광기가 만들어졌는가. 여기서 말하는 광기는 흔히 코스믹 호러라고 불리는 범우주적인 공포다. 광기에 대한 집착은 20세기 초 러브크래프트의 등장 이후로 미국 전역에서 컬트적으로 사랑받아왔다.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 역시 고대의 존재들에게 인육을 바치는 기괴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소설로, “어차피 더러운 세상을 받아들이는 카우프만의 선택이 매우 흥미롭다. 사실 그는 마호가니의 자비로 인해 다음 역에서 내리고 아무것도 모른 채, 집에 갈 수도 있었다. 인간은 이게 문제다. 관음의 욕구! 멀리서 지켜보면 안전할 거라는 무의식의 유혹! “영화는 우리들의 자발성에 의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부재의 상대방이다라는 정성일 평론가의 말을 인용해보면, 이 소설을 읽고 있는 우리는 모두 자발적인 선택으로 이 인육 도살장이 되어버린 지하철을 보고 있다. 물론 그 눈은 사실 불쌍한 카우프먼의 것이다. 충격적인 장면을 보는 누군가를 또 우리는 관찰하고 있다니! 인용한 문장에서 마음대로 소설을 대입해보면, 소설 역시 우리를 유혹하는 상대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러한 유혹을 견디지 않고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열어버릴 때 얻는 것은 잃는 것보다 많다.

     필자는 미국에서 등장한 이 호러 장르가 사실은 다른 것에 대한 공포로부터 등장한 게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세계대전이나 대공황을 겪은 후, 어쩌면 남북전쟁 이후로 미국 대륙 내의 인종적 다양성의 혼란이 급증하자 다른 부류에 대한 공포와 혐오를 품고 있던 자들이 크툴루와 같은 신화적 두려움으로서 그들을 우상화시킨 것 같다. 이 인육 열차에도 푸에르토리코인, 흑인, 여성 등 백인 남성인 마호가니와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마호가니 역시 이들을 뉴욕의 그림자들에게 먹이는 것을 신성한 임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소설들을 보면서 끔찍한 것은 피와 뼈가 아니라 차별이다. 따라서 카우프만의 마지막 선택은 미국 내에서 자행되는 이 차별적 행위가 그대로 지속될 것이라는 어두운 결말이다. “그가 어느 쪽을 향하든, 출입문의 이름은 죽음이라는 말은 카우프만의 자기합리화라는 생각까지 들 지경이다. 이 고대의 존재들이 뉴욕이라는 도시를 세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강요했을지 누가 알겠는가. “어딘지 섬뜩한 익숙함이 있는 이 의식은 도시 발생에서 절대 필요한 것인가? 그에 대한 대답을 떠올린 순간 비참해진다.

     

    Written by. 

     해링본 골드셔츠, 이하 해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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