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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드>, 서머셋 몸(1919)골때리는 리뷰/중,단편소설 2020. 5. 26. 04:00
“모든 게 신들의 잔인한 장난이었다. /어느새 그들에게 남은 것은 늙은 모습뿐이었다.”
이 문장을 넘겼을 때, 소설이 말한 것은 딱 하나였다고 생각된다. 시간의 파괴력이다! 가끔 어떤 감정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천천히 인간의 내부를 잠식해나가지만, 결국 얻게 되는 것은 한 가지 깨달음이다. 그동안 질투하고, 사랑하고, 아파한 것들이 모두 ‘낭비’였다고. 그러나 그것들이 ‘낭비’라는 깨달은 순간, 인간의 삶은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랜 세월이 지나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닐슨과 샐리와 레드의 애절한 애정사를 냉철하게 서술한 작가에게 존경심이 들었다! 세련된 섬뜩함, 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덧) 나르키소스가 저주에 걸려 호수에서 익사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레드와 같은 인물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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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링본 골드셔츠, 이하 해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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